제3장
“설요야, 이렇게 잘생긴 남자는 어디서 고용했어?”
술을 권할 때, 작은어머님이 음흉한 속내를 품고 물었다.
“고용했다고요?” 서설요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작은어머님이 말했다. “다 한 식구인데, 우리한테까지 숨길 거 뭐 있니. 네 어머니가 우리한테 다 말해줬어. 임 씨 집안에서 파혼해서 임시로 사람 하나 구해서 체면치레 하는 거라고. 얘도 참, 다 친척인데 우리가 비웃기라도 하겠어? 뭐 하러 그런 데 돈을 써?”
또 새어머니가 퍼뜨린 헛소문인가?
서설요는 화가 나 입술을 꾹 다물고 해명하려 했다.
하지만 고명재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한발 앞서 대답했다. “저와 설요는 법적 부부입니다. 작은어머님께서는 자신의 눈을 믿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남의 입을 믿으시겠습니까?”
말을 마친 그는 눈빛을 번뜩이며 경고의 눈초리를 보냈다.
조수려는 소스라치게 놀라 몸을 떨었다.
저 사람 눈빛… 정말 무서워!
“자자, 음식 드세요.”
고모부가 분위기를 수습하며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챙겼다.
“조금만 더 기다리시죠. 아직 중요한 분이 한 분 안 오셨습니다.” 고명재가 말했다.
서우명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누군데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지각이야?”
“오셨군.”
고명재는 서우명의 불평을 무시하고 문 쪽을 바라보며 서설요의 손을 잡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서설요는 그의 가족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문 앞에 거의 다다라서야 그 사람이 할머니라는 것을 알았다.
설요 할머니는 붉은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환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간병인에 의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서설요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남자가 그녀의 손바닥을 살짝 쥐며 속삭였다. “할머니께 인사드려.”
서설요는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숙여 할머니를 힘껏 껴안았다.
이 결혼식에 할머니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결혼식이었다!
연회가 끝난 후, 서설요와 고명재는 함께 할머니를 병원까지 모셔다드렸다.
설요 할머니는 눈치가 아주 빨랐다. 두 사람과 같은 차에 타는 것을 극구 사양했다.
차 안에는 좋은 향기가 감돌았다. 마치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아, 그의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되어 손바닥에 땀이 찼다.
“할머니가 병원에 계신 건 어떻게 아시고, 또 이렇게 모셔오셨어요?”
“서설요, 스물네 살. 생후 6개월 때 부모님 이혼 후, 아버지는 곧 재혼. 할머니 댁으로 보내져 할머니 손에 자랐지. 당신과 결혼했으니, 당신에 관한 일은 당연히 확실하게 알아봐야지.” 고명재가 나지막이 말했다.
서설요가 놀라서 물었다. “대체 누구세요?”
보통 사람은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그녀의 모든 정보를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회사에서 만난 적 있습니다.” 고명재가 애매하게 대답했다.
서설요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회장님 성도 고 씨인데.
설마 내 결혼 상대가 회장님 친척인 건 아니겠지!
차가 병원에 도착한 후, 두 사람은 함께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할머니의 병실로 가는 대신, 두 층을 더 올라갔다.
“여기는….”
“할머니를 위해 VIP 병실을 마련하고, 실력 있는 간병인도 새로 구했습니다.” 고명재가 설명했다.
“고명재 씨… 고맙습니다!”
서설요는 그를 바라보며 감동에 벅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어떤 말로도 이 고마움을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당신은 내 아내니까. 이 정도는 당연히 받아야 할 것들이야.”
고명재가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깊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설요는 그의 시선에 부끄러워져 얼굴을 붉혔다.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 부탁 하나만 더 드려도 될까요?”
“무슨 부탁?”
“할머니 잘 모셔다드리고, 할머니께서 안심하실 수 있게 좋은 말씀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좀 무리한 부탁인 거 알지만… 제발요!”
서설요는 두 손을 모으고 애원하듯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예전에 임시원에게도 이렇게 부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애원해도 임시원은 들어주지 않았다.
‘폐암 말기인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은데, 나더러 약속까지 하라고? 나중에 내가 못 지키면 죽어서 날 찾아오기라도 하면 어떡해?’
“최대한 노력해보죠.” 남자가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서설요는 감격에 겨워 눈물이 핑 돌았다.
그가 단지 노력해보겠다고 했을 뿐인데도, 그녀는 이미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다!
그때, 간병인이 할머니를 모시고 다가왔다.
서설요는 서둘러 간병인에게서 휠체어를 넘겨받아 할머니를 챙겼다.
VIP 병실은 넓고 밝았으며, 침대만 해도 이전 병실보다 두 배는 넓었다.
병실 안에는 간병인이 쓸 수 있는 보조 침대도 있어 24시간 간호가 가능했다.
자리를 잡고 난 후.
설요 할머니는 피곤했지만 서설요의 손을 잡고 말했다. “좋다, 우리 설요 결혼하는 걸 보니 이제 할미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할머니….”
서설요는 고개를 숙였다.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고명재는 설요 할머니의 다른 쪽 손을 조금도 꺼리는 기색 없이 잡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걱정 마세요. 앞으로 제가 설요 잘 보살피고, 절대 작은 서러움 하나 겪지 않게 하겠습니다.”
서설요는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이렇게 감동적인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녀를 설요라고 부르다니….
할머니 외에는 아무도 이렇게 다정하게 그녀를 부른 적이 없었다.
“설요를 자네에게 맡기니 할미는 마음이 놓이네.”
설요 할머니가 흐뭇하게 말했다.
고명재는 그 후로도 여러 약속을 해주었고, 할머니가 졸려 하실 때가 되어서야 말을 멈추고 쉬게 해드렸다.
“갑시다.”
고명재가 서설요를 데리고 나섰다.
병원을 나설 때는 이미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할머니 일이 잘 해결되자 마음속 큰 짐을 내려놓은 그녀는 차 안에서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일어나요.”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자 남자의 아름다운 얼굴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잠들었네요.”
소스라치게 놀라 정신을 차린 그녀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고명재가 담담하게 말했다. “집에 다 왔습니다.”
그저 가까이 다가갔을 뿐인데, 겁먹은 토끼처럼 이렇게 긴장하다니.
방금 안아서 옮겼더라면 분명 더 놀라서 품 안에서 버둥거리다 떨어졌겠지.
“죄송합니다. 바로 내릴게요.”
서설요는 거듭 사과하며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차에서 내린 그녀는 낯선 풍경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여기는 그녀의 집도, 기숙사도 아니었다.
“여긴 어디예요?”
“우리 집.” 고명재가 대답했다.
서설요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고명재가 말했다. “설마 저와 결혼하고도 당신 집에서 지내려 했습니까?”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같이 살 수 있단 말인가?
“들어가죠.”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크고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가녀린 손을 강하게 감싸 쥐며,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았다.
서설요는 그렇게 그에게 이끌려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휘황찬란하고 호화로웠다.
임 씨 집안에도 가본 적이 있었다. 임 씨네 저택도 충분히 으리으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들어와 보니 그건 그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었다.
그는, 대체 정체가 뭘까?
이런 고급 차를 몰고, 이렇게 좋은 저택에 살다니.
“도련님, 사모님.”
가사도우미들이 질서정연하게 두 줄로 서 있다가, 두 사람이 들어서자 일제히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서설요는 깜짝 놀랐다.
“오 집사, 내일 눈치 빠른 사람으로 한 명 뽑아서 사모님 시중들게 해.” 고명재가 낮은 목소리로 지시했다.
맨 앞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났다.
“전 다른 사람 보살핌은 필요 없어요. 저 혼자….”
“필요하게 될 겁니다. 이제 위층으로 올라가서 쉬도록 하죠.”
남자는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고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계단을 올랐다.
